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모두말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지난 8월 1차 회의에 이어서 2개월여 만에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 지났지만 위원 여러분께서 열심히 활동을 해 주신 덕분에 평화통일을 위한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전체 회의에서 그 동안의 논의 결과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통일 준비에 대해 더욱 진일보한 접근과 활동 방향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저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 참석해서 우리의 분단 현실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해 온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신념과 가치를 갖고 참석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제 하나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국제사회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평화통일 정책을 성원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 방문과 남북 간 대화 재개 합의로 우리 국민들은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곧 이은 서해 NLL과 휴전선에서의 총격 사건으로 다시 불안이 가중되었습니다. 그동안 남북 관계는 늘 이렇게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남북 관계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앞으로도 도발에는 단호히 대처해 나가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 놓고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대화가 지속되어야 합니다.
고위급 접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지금 핫 이슈인 5ㆍ24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서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누어 풀어 나가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통일준비위원회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결집하는 역할을 해 주셔야 합니다.
그동안의 분단의 역사를 접고 진정한 통일을 이루려면 남북 관계를 정략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끌고 가거나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통일 준비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길이 되어야 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돕는 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창의적 대안을 폭 넓게 제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통일준비위원회의 활동 방향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첫째,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세워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한반도의 평화는 불안정한 상태이지만 그럴수록 국민들이 긴장 완화를 체감할 수 있고 실제로 남북한이 평화의 관행을 쌓아 갈 수 있는 액션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분단 70여 년 동안 한반도 단절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건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기존의 세계평화공원이라는 이름에 생태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은 DMZ가 현재 온대지방에서 유일한 생태계의 보고로 환경 분야와 같이 이해관계의 충돌이 적은 분야부터 협력의 습관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남북한이 유엔 등 국제사회와 함께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의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과 실천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원 후보지 선정에 본격 착수하고, 친환경 공원 조성을 위한 기초 설계 작업, 주변 지역 도로 정비 등 연계 발전 계획 등을 추진해서 북한도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둘째로 통일 의지를 고취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평화통일 헌장을 만들기 바랍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1차 회의에서 위원 여러분들이 제안한 통일헌장 제정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통일 준비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통일 이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비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내용을 담아주기 바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통일헌장이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국민들이 스스로 통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통일을 준비해 갈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셋째,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세우고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원과 협력은 인도적 차원은 물론 인권 차원에서도 확대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의료 분야의 경우 기존의 의약품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의료장비, 의료시설 등 의료지원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복합농촌단지 사업도 마을 단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비료 지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부엌 개조, 마을도로 정비 등 민생 인프라 차원의 구체적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 사업은 남북한 주민의 소통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생 통로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남북 간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와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통일 한국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이끌어가는 모범국가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려면 남북 관계도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국제규범과 관행이 지켜지는 관계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루려면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신뢰가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세계와 소통하고, 모범국가로 발돋움하여 경제의 완벽한 성장을 이뤄야 할 것입니다. 북한도 평화, 환경, 인권 등 인류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뿐 아니라 주변 국가의 안보적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제사회의 지지와 신뢰 속에 통일을 이룰 수 있고, 통일한국은 이웃나라들과 어울리면 함께 발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분단 70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굴곡의 역사였습니다. 이산의 고통 속에서 살아야했고, 같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대치 상태의 숨 막히는 긴장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그 고통과 긴장의 역사를 더 이상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새로운 역사를 창조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통일준비위원회 여러분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훗날 후회의 역사를 남기지 않도록 통일의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고 계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활발하고 깊이 있는 토론을 펼쳐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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