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시진핑 시대 ‘9899만 빈곤층 해소’ 감상법
2020-04-17 12:37:26 게재, 이창열 AP글로벌컨설팅 중국센터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면서 인류사회의 삶의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실물경제를 직접 타격해 사회적 약자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는
전국민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소득보조가 아닌 조기 생산재개와 함께
시진핑정부 출범 후 8년 동안 추진해온 ‘9899만명 빈곤층 완전 해소’를 연내 완성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빈곤층 완전 해소는 중국이 2021년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제기한 ‘전면적인 소강사회’(국민
모두가 기본적인 경제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사회)를 달성하는 데 핵심과제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3월 6일에도 시진핑 주석이 참석한 빈곤퇴치 좌담회가 베이징에서 열릴 정도였다.
중국의 빈부격차 해소 노력은 2003년 후진타오정부 출범 이후 소득격차 지역격차 산업격차 등 불균형을
시정하는 조화사회(和谐社会) 정책으로 본격화되었다. 하지만 당시 추진한 농가소득 증대, 농촌 사회보장
과 의료보장 확대, 낙후된 서부 및 내륙지역의 철도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등은 소득창출의 제도적 환경은
개선했으나 개인별 빈곤격차까지는 챙기지 못했다.
시진핑정부 대표 브랜드 ‘빈곤층 해소’
시진핑정부는 2012년 연말 기준 9899만 명에 이르는 농촌과 내륙 벽지의 빈곤층을 공산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완전 해소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시진핑정부에서 빈곤층 해소 정책은 경제불안정 해소 정책, 환경보호 정책과 함께 세가지 핵심
국정목표(三大攻坚战) 중 하나다. 산업 구조조정과 부채축소 노력이 중심인 경제불안정
해소 정책은 미중경제전쟁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환경보호 정책 또한 시설개선과
공해단속 등이 초래할 경기침체 우려로 주춤거린다. 그러나 빈곤층 해소 정책은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어 목표 달성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이 정책은 시진핑정부의 대표 브랜드
가 되었다.
빈곤층 해소의 기준은 금액면에서 세계은행의 빈곤기준선에 준하는 연평균 4000 위안(한화 약 70만원)
수입 달성, 내용면에서 먹고 입는 문제 해결(两不愁)과 의무교육, 기본의료, 주거안정의 보장(三保障)으로
되어 있다. 이를 위해 지역 특화산업 육성, 고용지원, 주거 재배치, 생태 복원 등에 노력을 기울인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빈곤농가 농산물 홍보, 벽지 어린이 교육 등 온라인 서비스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2013년 시진핑정부 출범 후 올해 2월까지 9378만명이 빈곤층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남아
있는 빈곤층 인구는 521만명인 셈이다. 9899만명의 빈곤인구를 8년 만에 완전 해소한다는 엄청난 목표에
다소 의구심이 들지만 중국은 이런 역사적 과업의 완수가 중국 사회주의의 제도적 우위에 힘입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중국은 공산당 영도 국가이기에 이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당이 결정하면 헌법이나 법률 등 기존의
제도적 틀에 구애받지 않고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 해소가 어려운 산골벽지 마을 주민들을 아예
도시로 이주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한 것이 한 예다. 중앙정부의 지도 아래 전 국가조직을 총동원할 수 있다
는 것도 강점으로 든다. 중앙의 지시를 지방정부가 수치상으로만 이행하려는 일부 관행(上有政策，下有对
策)에 대해서는 빈곤층 개인별 실제 개선상황을 담은 신상관리카드제도(建档立卡)까지 도입해 독려한다.
나아가 국유기업만이 아니라 민간기업까지도 빈곤층과 연계된 소득증대사업을 추진하도록 한다.
중국의 빈곤층 해소 노력은 2000년 UN이 채택한 새천년개발목표 중 하나인 ‘절대빈곤의 절반 감축’ 목표를
2015년도에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중국의 세계경제성장 기여도가 2017 년 기준
34%(중국 국가통계국)에 이르는 상황에서 중국의 빈곤 해소를 통한 안정적 소비시장 창출은 한국을 포함
한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
2022년 말 3기 연임에도 일조할 듯
중국 내부적으로는 빈곤을 해소함으로써 2021년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전면적 소강사회’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 것이고, 이는 2022년 말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3기 연임 정권을 창출하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