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경제전쟁 임하는 중국의 허와 실
2020-07-20 12:36:31 내일신문 게재, 이창열 AP글로벌컨설팅 중국센터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
미중 경제전쟁이 코로나19 책임 논쟁에 이어 홍콩보안법까지 겹치면서 확산 일로다. 현재는 미중갈등에서
중국이 다소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 사회 인프라가 개도국 수준이면서도 중국의 GDP 대비
국가총채무는 2018년 3월 기준 253%로 선진국 수준에 근접했다.(영국 280%, 이탈리아 256%, 국제결제은행)
특히 GDP 대비 기업부채는 157.1%로 주요 신흥국보다 2~3배나 높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인한 기업의
경영난과 생산자금의 블랙홀인 부동산시장의 거품 또한 어려움을 더한다. 중국경제의 잠재력 강화를 위해
시장 주도, 민영기업 주도의 경제체질 개선이 필요하나, 공산당 영도하의 국가와 국영 중심 경제운영(國進
民退)이라는 ‘경제의 정치적 관리’ 에 막혀있다.
반면, 중국경제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제 외형이 미국을 능가
할 것이라는 ‘수치상의 자신감’이 주된 근거다. 2019년 기준 미국의 국가 GDP 20조5000억달러 대비 중국의
국가 GDP는 13조6000억달러였다. 국민소득 1만달러를 갓 넘긴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면
3~5%의 중속성장이 가능하다. 미국 성장률을 평균 2%로 가정할 때 중국이 5% 성장을 지속하면 2035년,
4%면 2041년, 3%면 2062년에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채경제는 ‘허’ 내수시장은 ‘실’
중국경제의 가장 큰 자산은 14억 인구의 내수시장이다. 유튜브의 중국내 서비스는 없어도 14억 시장에 기반
한 중국판 유튜브인 여우쿠(?酷)가 성업 중이고, 샌프란시스코와 LA 고속철도는 승객이 적어 사업성이 낮
으나 상하이와 베이징 고속철도는 항상 만원이다.
국가통계국은 중국 국내소비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2018년 기준 76.2%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보장하는 안
전추(??石)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이 6월 23일 정치협상회의에서 ‘내수 순환이 지배적 역할을 하는 새 경제
개발계획’을 내세운 것도 내수시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자생 기반을 갖추기 시작한 중국의 기술력도 괄목상대가 되고 있다. 기술표준과 핵심기술에서 미국에 필적
할 정도는 아니지만,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한 AI 5G 등 전략산업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중국은
6월 24일 20번째 위성 발사에 성공한 중국판 위성추적시스템 베이떠우(北斗)의 식별력이 10cm로 미국
GPS의 30cm 보다 우수하다고 선전한다.
중국경제의 ‘허’와 ‘실’이 뚜렷이 병립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미중갈등에 대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우선 ‘무오류’를 내세우는 공산당의 특성상 강경기조를 유지하지만, 집권 정당성을 경제치적에서 찾는 관행
으로 볼 때 대결보다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15년 내 따라잡겠다고 무리하게 외형 확장에 집
착한 1950년대 말 대약진운동이 대기근과 함께 실패한 후 민생중심의 실용노선을 택했던 역사적 교훈도 있
다. 심각한 대학생이나 농민공의 취업난과 민영기업의 경영난 등 경제난이 심화되면 타협의 길을 모색(知難
而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타협을 하더라도 공산당 영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당장(黨章·당
헌)에 삽입된 ‘시진핑 사상’의 핵심도 여전히 공산당 영도였다. 무역적자나 지식재산권 환율 등 공산당 통치
에 손상이 적은 영역은 양보하되, 공산당 통치의 보도(寶刀)인 국가보조금이나 공산당 체제의 위협 요인인
금융시장은 최대한 지키려고 할 것이다.
비효율 개선 안되면 ‘중국몽’도 지연
셋째, 서방의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가자본주의 방식의 성장전략은 벽에 부닥칠 것이다. 국가의 전략
적 지원을 받는 선도산업은 일정 성과를 거둘 것이나, 서방의 견제와 내부통제 강화로 자율 개방 창의를 중
시하는 민생경제는 취약해질 것이다. 국방산업은 강했으나 민생경제는 취약했던 소련의 전철을 밟을 우려
도 있다.
미중 경제전쟁의 포연이 자욱한 지금, 중국은 내수시장으로 버티면서 기술자립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그러
나 서방경제와의 디커플링이 확산되고 중국경제 내부의 비효율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중국이 꿈꾸는 ‘21세
기 중반 세계강국 등극’이라는 건국 100주년의 ‘중국몽’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