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연가스 북한통과 도입 가능할까?
윤성학(고려대학교 러시아CIS 연구소 교수)
러시아 천연가스의 북한통과 노선이 고비를 맞이하고 있다. 2011년 11월 한러 정상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의 로드맵에 대해 포괄적으로 합의하고 2013년 9월부터는 본격적인 가스관 공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가격 문제로 한러 양국은 이 사업을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은 미국의 셰일가스를 그 대안으로 도입하고 있다.
경제상황 좋지 않아 수출에 목을 매
러시아는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외교적 경로를 통해 북한통과 가스관을 적극 추진했다. 북한이 지고 있는 대규모 외채를 탕감해주었고, ‘나진-핫산’ 철도 연결, 그리고 중국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다양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했다. 그러나 남북러 가스관에 적극적이었던 김정일이 급사하고 김정은 체제가 등장하면서 북한은 다시 핵 실험을 강행하면서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몰아넣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러시아가 가장 분노하였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 실험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비외교적인 강경한 발언을 하였으며 메드베데프 총리는 국제법을 위반한 행동으로 비난하였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 실험 재개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이유는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초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북한 경유 가스관 사업과 철도연결 사업 등 남한과 북한, 러시아 간의 협력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자”고 제안하였다.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러시아가 북한 핵실험을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불안감을 달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북한의 도발로 그간의 노력이 무산되고 말았다.
러시아가 한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최근 경제 상황이 아주 좋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들어 러시아는 가스 수출 부진으로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데, 2011년 1,011억 달러의 경상수지는 2012년 813억 달러, 올해는 100억 달러 수준으로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가 위기에 처한 이유는 대유럽 가스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금 유럽시장에는 미국산 셰일가스로 가스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은 러시아를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천연가스의 가격경쟁력을 저해하는 ‘유가연동제’ 폐지, 가스프롬의 구조개혁 등에 나서는 한편 유럽시장을 대신하는 동아시아 시장 진출을 보다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부, 받아들이겠다는 의지 표명 중요
러시아는 유럽을 보완할 수 있는 거대 에너지 시장을 동아시아에 구축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그런데 지금 동아시아 프로젝트들이 거의 무산지경에 놓여 있다. 지난 3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러를 통해 러시아는 오랫동안 답보상태였던 가스협상을 마무리 지었지만 여전히 가격 문제는 매듭짓지 못하였다. 일본은 이미 합의한 블라디보스토크 LNG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고 있다. 중국, 일본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으로의 천연가스 수출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미국의 셰일가스는 공격적으로 동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다른 어떤 나라 정상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이유는 위기에 빠진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수출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한을 통해 그동안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장애요인인 북한통과 안을 접고 동해 해저를 통해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기술적, 비용적 문제로 수심 2,000m에 달하는 동해 해저 가스관 건설을 주저하였지만 이제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1년 양국 정부가 합의한 가스 공급 안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리스크에 대한 대안으로 해저가스관을 제시하고 가격과 공급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난 정권에서 체결된 국가적 합의사항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약속 이행과 함께 어떤 형태든 러시아산 가스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지 표명이 중요하다. 최근 우리 정부는 발전 원료에서 원자력 비중을 절대적으로 줄여 나가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는데, 러시아 가스는 친환경적인 자원으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LNG 위주의 일방적인 가스 수급체계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통해 공급 안전성과 다양성, 합리적인 가격 메커니즘을 구성할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을 통한 가스공급을 포기함으로써 북한은 다시 동북아와 유라시아 경제협력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건설 비용만하더라도 40억 달러가 소요되고 매년 2억 달러 이상의 통과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불신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북한에 대한 투자는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